#에세이 #여행 #김연순 #은퇴부부의42일자유여행 #크레파스북
| 지은이 김연순 발행일 2024년 9월 6일 페이지 272쪽 분야 에세이 종이책 값 18,000원 | 판형 150*220 | ISBN 979-11-89586-80-5(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
책 소개
영어도, 지도 보는 법도 서툰 은퇴 부부
스페인부터 포르투갈, 모로코까지
42일간 용감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1. 3개 국가 12개 도시 속으로!
은퇴 부부의 좌충우돌 자유여행 도전기
누구에게나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며 달콤한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남몰래 수첩에 적어둔 버킷리스트는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긴 휴가를 얻게 되면, 통장에 잔고가 조금 더 늘어나면, 여유가 생기면, 그리고 은퇴를 하면! 우리의 버킷리스트가 무엇이든 그 꿈을 실현하기까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스무 살 무렵의 막연한 다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처음 들었던 그때, 알람브라 궁전에 꼭 가보고 말겠다는 꿈을 간직해오다 마흔 살 무렵에는 ‘스페인 한달살이’의 꿈까지 더해졌다. 그 꿈을 이루기를 고대하며 숨 가쁘게 살다보니 어느덧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꿈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이라 여겼지만 혼자서라도 떠나고자 했던 여행은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되었고, 코로나19 상황이 풀린 후 남편이 은퇴하면서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은 남편의 버킷리스트까지 더해지면서 모로코까지 확장되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전생에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살았을 거라며 모로코의 붉은 모래가 자꾸 떠오른다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3개 도시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42일간 남편과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내야 한다는 것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경험이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영어도 서툴고 지도를 보는 법도 서툴지만 단체관광 마다하고 떠난 은퇴 부부의 자유여행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2.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 사람들, 공간, 이야기
여행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산세바스티안, 파란 도시 포르투를 거쳐 리스본으로, 붉은 땅 모로코, 그라나다를 거쳐 다시 바르셀로나에 이르는 부부의 42일간의 여정에는 풍경, 소리, 맛, 촉감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저자는 건축물, 예술작품, 요리,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솔직한 어조로 독자에게 찬찬히 소개해준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면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단체관광도 아닌 자유여행을 떠난 은퇴 부부의 용기에 대한 응원이자 감탄이기도 했다. 부부싸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조회수가 급상승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에게 주변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부분 나이 들어 그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영어도 능숙하지 못한 마당에 자유여행이라니 가당키나 하겠냐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요!”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짜고 여행지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고, 번역 앱과 지도 앱을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변명 따위는 필요 없다. 지도를 잘 보지 못해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놓칠 뻔하기도 하고, 카드의 비밀번호를 틀려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부부싸움으로 냉기류가 흐른 적도 있지만 그것도 모두 지금은 킥킥대고 웃고 마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여행, 그것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가 아닐까?”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집에 손님이 올 때면 여행지에서 맛본 요리를 떠올리며 예쁜 접시에 타파스를 접대하곤 한다.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다보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여행이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가 된 것이다. 20대 후반부터 지역, 여성,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여성운동에 뛰어든 이후 여전히 활동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저자에게 듣는 건축, 예술작품, 역사, 환경 문제, 그리고 도시 재생에 관한 이야기, 무엇보다 FC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우승 현장을 직관한 경험담은 값진 선물과도 같다.
저자 소개
글·사진| 김연순
20대 후반부터 지역, 여성,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여성민우회와 행복중심 생협에서 성평등과 인권,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복지와 협치 분야에서 활동하고, 10년 단위로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사랑의열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함께 수립하고 적용하며 사회변화를 위해 힘썼다. 3년의 임기를 마친 후에는 오래도록 꿈꾸어 온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그리고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 바다의 온전한 회복과 농촌 지역의 성평등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여전히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공저)』, 『여성운동 새로쓰기(공저)』, 『여성, 녹색세상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여행이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
1장. 안 싸울 자신은 없지만 바르셀로나에 도착!
42일간의 여행, 출발 전 남편과 한 다짐
가우디의 일생,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다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 산세바스티안
시민의 삶을 빛나게 하는 빌바오의 도시 재생
낯선 땅에서 여유 따위는 필요 없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니
2장. 파란 도시 포르투를 거쳐 리스본에 이르다
포르투는 파랑이었네
포르투 식당에서 주문 전 꼭 해야 할 말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운행하지 않았다
서점과 술집, 벽화 그리고 파두(Fado)가 있는 곳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 사람들
3장. 붉은 땅 모로코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모로코 픽업 기사는 왜 호텔로 가지 않았을까
천년 도시의 아름다움, 비록 양 머리는 무섭지만
걷다가 맞은 새똥, 소리 지르다 웃고 말았다 135
현금은 없는데 인출도 안 된다? 그러다 생각해낸 비책
살면서 안 해봤던 일을 여행지에서 시도해봤다
내가 이러려고 지중해를 건넌 게 아닌데
4장. 그라나다를 거쳐 다시 바르셀로나로!
세비야 대성당에서 이슬람 문화를 만나다
맑고 가볍고 투명한, 기타 연주에 쏟아진 눈물
천년의 시간이 녹아든 다리를 건너다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 또다시 올 수 있을까
알람브라 궁전에서 듣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남편과 배낭여행, 안 싸울 리가 있나
시간이 멈춘 듯, 꽃향기 가득한 중세의 골목 지로나
FC 바르셀로나, 라리가 우승 현장을 직관하다
남편은 검은 성모상 앞에서 무얼 빌었을까?
갖가지 아름다운 색을 입는 바르셀로나의 밤
본문 중에서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에 따스한 빛이 가득 차 있다. 붉은빛도 초록빛도 파란빛도 모두 은은하며 따스해 보인다. 자연의 숲과 나무, 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기둥과 천장, 조명 장식들이 내가 알고 있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는 많이 다르다. 너무도 독특하고 특이한 구조와 장식을 보며 가우디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낯설었을 그의 구상과 설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한 바르셀로나 시민들도 존경스럽다.
22쪽
민주화되면서 바스크 지방에 자치권이 허용되긴 했지만 현재 이 지역은 자치를 넘어 분리독립을 원하는 사
람들이 많다. 거리 곳곳에 그 염원을 담을 바스크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프랑코에 맞서 싸우다 처형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 앞에 섰다.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희생당한 그들의 영혼을 떠올리며 잠시 기도했다.
36쪽
2만여 개의 화강암으로 만든 이 건축물은 접착제 없이 오로지 아치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기대어 있는 듯 보인다. 잠시 눈을 감고 기둥의 돌들을 어루만져 보았다. 오래전의 그들, 2천여 년 전 로마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내게 ‘그래.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런 시간이 좋다. 오래된 유적지와 유물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동이 있다. 역사 속의 과거와 현존하는 내가 만나는 이 시간, 한없이 감개무량하다.
61쪽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불 꺼진 상가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노숙인이 보였다. 새 음식이니 따뜻할 때 그분에게 드리자고 했더니 남편은 자꾸 만류하며 골목을 더 돌자고 한다. 나는 음식이 따뜻할 때 전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닦달하며 캐물으니 노숙인이 혹시 자존심 상할까 싶어 망설였단다. 결국 내가 다가가 조심스레 프란세지냐를 건네며 혹시 드시겠는지 물었다. 그분은 고맙다며 선뜻 받았다. 잘 받아주어 고마웠고 식지 않아 다행이었다. 포르투에서의 하루가 또 이렇게 간다.
85쪽
제주로 이주하기 전에 우리는 오래도록 서울에 살았다. 서울의 도시 재생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종종 도시 재생 현장을 탐방하곤 했다. 쇠락한 철물 공구의 거리 ‘세운상가’가 도재생을 통해 ‘다시 세운’으로 재탄생한 현장을 보았고, 녹슨 철공소들이 가득한 문래동의 변모를 눈으로 확인했다. 오래되고 기울어가는 동네가 도새 재생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힙한 공간으로 변모한 상황들을 보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어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대안 모색에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도시 재생의 현장 빌바오를 여행하면서 그런 현장들이 눈에 들어왔고 내내 짜릿했던 것이다.
100~101쪽
테주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갑자기 아바나의 말레콘이 떠올랐다. 그 당시의 정겨움이 다시 되살아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바나의 말레콘과 리스보아의 테주 강은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둘은 대서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도상으로는 다른 대륙이지만 강으로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거다. 자연도 연결되어 있고 사람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사는 게 아닐까. 마음 한편에 찡한 울림이 지나간다.
111쪽
그라나다는 800여 년간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왕국 최후의 보루였다. 가톨릭에게 정복당하기 전까지 이슬람 왕국의 문화가 찬란하게 꽃 피운 곳이다. 고도로 발달한 이슬람 문화의 정수, 이슬람 문명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빛나는 현장이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한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알람브라, 애잔함이 더 느껴진다.
218쪽
결국 4:2로 FC 바르셀로나팀이 승리했다. FC 바르셀로나가 드디어 라리가 최종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감격에 찬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운동장에서 원을 그리며 뛰었다. 우리도 주변을 살피며 소심하지만 확실한 환호의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앞에서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직관하다니. 그것도 라리가 결승 경기를 보다니. 게다가 우승을 하다니.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253쪽
추천의 글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 42일 동안 배낭 메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의 골목을 누빈 은퇴 부부의 용감한 여행기, 덩달아 당장 보따리를 싸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가는 곳마다 빠뜨리지 않는 저자의 세밀하고 맛깔난 현지 음식 묘사에 탄복했다.
- 김현대(前 한겨레신문사 사장)
프랑스 니스 여행 중 한 노부부를 우연히 만난 일을 계기로 낯선 곳에서의 한달살이는 꿈이자 일이 힘들 때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은퇴한 선배 부부의 스페인 한달살이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많은 여행 에세이가 있지만 #은퇴 #부부의 관점에서 특히 유럽, 스페인 여행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돌아올 때도 따로따로가 아닌 함께 도착할 수 있도록 장착해야 할 ‘부부 여행의 자세’는 이 책의 보너스다.
- 서미영(인크루트주식회사 CEO)
나이 드니 느는 건 ‘배짱’이라 했지. 호기심과 스무 살에 꽂힌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에 못 이겨 번역 앱과 지도 앱에 의지한 채 떠난 배낭여행이라니 그 배짱에 감탄할 수밖에. 우리도 꿈꾸던 그곳, 수십 년 동안 가슴에 담았던 그곳으로 떠나보자. 좌충우돌이면 더 좋을 것이다. 은퇴 이후 삶의 출발이 한결 자연스럽고 만만하지 않을까.
- 윤정숙((사)녹색연합 공동대표)
오랫동안 서로의 일을 존중하며 살아온 부부의 미덕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42일간 여행에 빛나는 진가를 발휘했다. 좌충우돌하며 몸으로 써 내려간 여행기를 읽는 맛이 달콤하다.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빨리 떠나 주기를!
- 진우석((사)한국여행작가협회 이사)
#에세이 #여행 #김연순 #은퇴부부의42일자유여행 #크레파스북
지은이 김연순
발행일 2024년 9월 6일
페이지 272쪽
분야 에세이
종이책
값 18,000원 | 판형 150*220 | ISBN 979-11-89586-80-5(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 소개
영어도, 지도 보는 법도 서툰 은퇴 부부
스페인부터 포르투갈, 모로코까지
42일간 용감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1. 3개 국가 12개 도시 속으로!
은퇴 부부의 좌충우돌 자유여행 도전기
누구에게나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며 달콤한 상상을 한다. 하지만 남몰래 수첩에 적어둔 버킷리스트는 언제쯤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긴 휴가를 얻게 되면, 통장에 잔고가 조금 더 늘어나면, 여유가 생기면, 그리고 은퇴를 하면! 우리의 버킷리스트가 무엇이든 그 꿈을 실현하기까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스무 살 무렵의 막연한 다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기타 연주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처음 들었던 그때, 알람브라 궁전에 꼭 가보고 말겠다는 꿈을 간직해오다 마흔 살 무렵에는 ‘스페인 한달살이’의 꿈까지 더해졌다. 그 꿈을 이루기를 고대하며 숨 가쁘게 살다보니 어느덧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꿈을 실현할 때가 온 것이라 여겼지만 혼자서라도 떠나고자 했던 여행은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되었고, 코로나19 상황이 풀린 후 남편이 은퇴하면서 그 꿈을 함께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은 남편의 버킷리스트까지 더해지면서 모로코까지 확장되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전생에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살았을 거라며 모로코의 붉은 모래가 자꾸 떠오른다는 것이다. 물론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든 이야기였지만 그렇게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3개 도시를 향한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42일간 남편과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내야 한다는 것은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또 다른 경험이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영어도 서툴고 지도를 보는 법도 서툴지만 단체관광 마다하고 떠난 은퇴 부부의 자유여행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2.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 사람들, 공간, 이야기
여행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산세바스티안, 파란 도시 포르투를 거쳐 리스본으로, 붉은 땅 모로코, 그라나다를 거쳐 다시 바르셀로나에 이르는 부부의 42일간의 여정에는 풍경, 소리, 맛, 촉감이 모두 어우러져 있다. 저자는 건축물, 예술작품, 요리,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화려한 수식어나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솔직한 어조로 독자에게 찬찬히 소개해준다. 『은퇴 부부의 42일 자유여행』은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면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단체관광도 아닌 자유여행을 떠난 은퇴 부부의 용기에 대한 응원이자 감탄이기도 했다. 부부싸움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조회수가 급상승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 여행에서 돌아온 부부에게 주변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부분 나이 들어 그 힘든 배낭여행이라니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 영어도 능숙하지 못한 마당에 자유여행이라니 가당키나 하겠냐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떠나요!”
여행 계획을 꼼꼼하게 짜고 여행지에 대해 틈틈이 공부하고, 번역 앱과 지도 앱을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하고 싶은 일 앞에서 변명 따위는 필요 없다. 지도를 잘 보지 못해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놓칠 뻔하기도 하고, 카드의 비밀번호를 틀려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부부싸움으로 냉기류가 흐른 적도 있지만 그것도 모두 지금은 킥킥대고 웃고 마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여행, 그것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가 아닐까?”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집에 손님이 올 때면 여행지에서 맛본 요리를 떠올리며 예쁜 접시에 타파스를 접대하곤 한다.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을 먹다보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여행이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가 된 것이다. 20대 후반부터 지역, 여성,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여성운동에 뛰어든 이후 여전히 활동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저자에게 듣는 건축, 예술작품, 역사, 환경 문제, 그리고 도시 재생에 관한 이야기, 무엇보다 FC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우승 현장을 직관한 경험담은 값진 선물과도 같다.
저자 소개
글·사진| 김연순
20대 후반부터 지역, 여성,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여성운동에 뛰어들었다. 여성민우회와 행복중심 생협에서 성평등과 인권,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복지와 협치 분야에서 활동하고, 10년 단위로 지역과 중앙을 오가며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그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사랑의열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함께 수립하고 적용하며 사회변화를 위해 힘썼다. 3년의 임기를 마친 후에는 오래도록 꿈꾸어 온 제주도에 정착해 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 그리고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제주 바다의 온전한 회복과 농촌 지역의 성평등 이슈에 관심을 갖고 여전히 활동가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는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공저)』, 『여성운동 새로쓰기(공저)』, 『여성, 녹색세상을 말하다(공저)』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 여행이란 행복한 공기를 나누는 기회
1장. 안 싸울 자신은 없지만 바르셀로나에 도착!
42일간의 여행, 출발 전 남편과 한 다짐
가우디의 일생,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가다
스페인 최고의 휴양지 산세바스티안
시민의 삶을 빛나게 하는 빌바오의 도시 재생
낯선 땅에서 여유 따위는 필요 없어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니
2장. 파란 도시 포르투를 거쳐 리스본에 이르다
포르투는 파랑이었네
포르투 식당에서 주문 전 꼭 해야 할 말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운행하지 않았다
서점과 술집, 벽화 그리고 파두(Fado)가 있는 곳
시공간을 넘어 연결된 사람들
3장. 붉은 땅 모로코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모로코 픽업 기사는 왜 호텔로 가지 않았을까
천년 도시의 아름다움, 비록 양 머리는 무섭지만
걷다가 맞은 새똥, 소리 지르다 웃고 말았다 135
현금은 없는데 인출도 안 된다? 그러다 생각해낸 비책
살면서 안 해봤던 일을 여행지에서 시도해봤다
내가 이러려고 지중해를 건넌 게 아닌데
4장. 그라나다를 거쳐 다시 바르셀로나로!
세비야 대성당에서 이슬람 문화를 만나다
맑고 가볍고 투명한, 기타 연주에 쏟아진 눈물
천년의 시간이 녹아든 다리를 건너다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 또다시 올 수 있을까
알람브라 궁전에서 듣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남편과 배낭여행, 안 싸울 리가 있나
시간이 멈춘 듯, 꽃향기 가득한 중세의 골목 지로나
FC 바르셀로나, 라리가 우승 현장을 직관하다
남편은 검은 성모상 앞에서 무얼 빌었을까?
갖가지 아름다운 색을 입는 바르셀로나의 밤
본문 중에서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에 따스한 빛이 가득 차 있다. 붉은빛도 초록빛도 파란빛도 모두 은은하며 따스해 보인다. 자연의 숲과 나무, 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기둥과 천장, 조명 장식들이 내가 알고 있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는 많이 다르다. 너무도 독특하고 특이한 구조와 장식을 보며 가우디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어쩌면 낯설었을 그의 구상과 설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한 바르셀로나 시민들도 존경스럽다.
22쪽
민주화되면서 바스크 지방에 자치권이 허용되긴 했지만 현재 이 지역은 자치를 넘어 분리독립을 원하는 사
람들이 많다. 거리 곳곳에 그 염원을 담을 바스크 국기가 나부끼고 있다. 프랑코에 맞서 싸우다 처형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 앞에 섰다.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희생당한 그들의 영혼을 떠올리며 잠시 기도했다.
36쪽
2만여 개의 화강암으로 만든 이 건축물은 접착제 없이 오로지 아치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기대어 있는 듯 보인다. 잠시 눈을 감고 기둥의 돌들을 어루만져 보았다. 오래전의 그들, 2천여 년 전 로마인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마치 내게 ‘그래. 여기까지 잘 왔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이런 시간이 좋다. 오래된 유적지와 유물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동이 있다. 역사 속의 과거와 현존하는 내가 만나는 이 시간, 한없이 감개무량하다.
61쪽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불 꺼진 상가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노숙인이 보였다. 새 음식이니 따뜻할 때 그분에게 드리자고 했더니 남편은 자꾸 만류하며 골목을 더 돌자고 한다. 나는 음식이 따뜻할 때 전하고 싶은데 주저하는 남편이 이해가 안 되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닦달하며 캐물으니 노숙인이 혹시 자존심 상할까 싶어 망설였단다. 결국 내가 다가가 조심스레 프란세지냐를 건네며 혹시 드시겠는지 물었다. 그분은 고맙다며 선뜻 받았다. 잘 받아주어 고마웠고 식지 않아 다행이었다. 포르투에서의 하루가 또 이렇게 간다.
85쪽
제주로 이주하기 전에 우리는 오래도록 서울에 살았다. 서울의 도시 재생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종종 도시 재생 현장을 탐방하곤 했다. 쇠락한 철물 공구의 거리 ‘세운상가’가 도재생을 통해 ‘다시 세운’으로 재탄생한 현장을 보았고, 녹슨 철공소들이 가득한 문래동의 변모를 눈으로 확인했다. 오래되고 기울어가는 동네가 도새 재생을 통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힙한 공간으로 변모한 상황들을 보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어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대안 모색에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도시 재생의 현장 빌바오를 여행하면서 그런 현장들이 눈에 들어왔고 내내 짜릿했던 것이다.
100~101쪽
테주 강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는데 갑자기 아바나의 말레콘이 떠올랐다. 그 당시의 정겨움이 다시 되살아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바나의 말레콘과 리스보아의 테주 강은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 둘은 대서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지도상으로는 다른 대륙이지만 강으로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거다. 자연도 연결되어 있고 사람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사는 게 아닐까. 마음 한편에 찡한 울림이 지나간다.
111쪽
그라나다는 800여 년간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왕국 최후의 보루였다. 가톨릭에게 정복당하기 전까지 이슬람 왕국의 문화가 찬란하게 꽃 피운 곳이다. 고도로 발달한 이슬람 문화의 정수, 이슬람 문명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이 빛나는 현장이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축출당한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숨결이 느껴지는 알람브라, 애잔함이 더 느껴진다.
218쪽
결국 4:2로 FC 바르셀로나팀이 승리했다. FC 바르셀로나가 드디어 라리가 최종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감격에 찬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운동장에서 원을 그리며 뛰었다. 우리도 주변을 살피며 소심하지만 확실한 환호의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눈앞에서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직관하다니. 그것도 라리가 결승 경기를 보다니. 게다가 우승을 하다니.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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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 42일 동안 배낭 메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의 골목을 누빈 은퇴 부부의 용감한 여행기, 덩달아 당장 보따리를 싸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가는 곳마다 빠뜨리지 않는 저자의 세밀하고 맛깔난 현지 음식 묘사에 탄복했다.
- 김현대(前 한겨레신문사 사장)
프랑스 니스 여행 중 한 노부부를 우연히 만난 일을 계기로 낯선 곳에서의 한달살이는 꿈이자 일이 힘들 때 견디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은퇴한 선배 부부의 스페인 한달살이는 설렘으로 다가왔다. 많은 여행 에세이가 있지만 #은퇴 #부부의 관점에서 특히 유럽, 스페인 여행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리고 돌아올 때도 따로따로가 아닌 함께 도착할 수 있도록 장착해야 할 ‘부부 여행의 자세’는 이 책의 보너스다.
- 서미영(인크루트주식회사 CEO)
나이 드니 느는 건 ‘배짱’이라 했지. 호기심과 스무 살에 꽂힌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에 못 이겨 번역 앱과 지도 앱에 의지한 채 떠난 배낭여행이라니 그 배짱에 감탄할 수밖에. 우리도 꿈꾸던 그곳, 수십 년 동안 가슴에 담았던 그곳으로 떠나보자. 좌충우돌이면 더 좋을 것이다. 은퇴 이후 삶의 출발이 한결 자연스럽고 만만하지 않을까.
- 윤정숙((사)녹색연합 공동대표)
오랫동안 서로의 일을 존중하며 살아온 부부의 미덕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42일간 여행에 빛나는 진가를 발휘했다. 좌충우돌하며 몸으로 써 내려간 여행기를 읽는 맛이 달콤하다. 다음 여행이 기대된다. 빨리 떠나 주기를!
- 진우석((사)한국여행작가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