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효도 #이혜미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 #크레파스북
| 지은이 이혜미 발행일 2024년 7월 22일 페이지 290쪽 분야 에세이 종이책 값 16,000원 | 판형 135*190 | ISBN 979-11-89586-76-8(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
책 소개
엄마의 커피 한 잔,
아빠의 국밥 한 그릇
향기롭고 든든한 온기가 나를 키웠다
#1.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
딸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효도’라는 단어 하나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건 왜일까.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그 누구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효도하는 방법을 딱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효도’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것일까. 이혜미 작가의 말은 이렇다. 어릴 때는 아빠와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고, 세상에 전부였지만 점차 자라고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 살게 되면서 세계관이 넓어졌다는 것. 바쁜 일이 많아졌고, 부모님 외에도 소중한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것. 그러는 사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서랍 속 구석자리로 밀려 들어가버린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항상 나를 바라봐주니 소중함을 모르고 살고 있다는 흔한 이야기는 너나 할 것 없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집안일을 끝내고 한가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그제야 허리를 펴고 싸구려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엄마, 바쁜 시간 속 순식간에 탁자 앞에 놓이는 국밥 한 그릇으로 한 끼를 때우는 아빠. 우리는 이렇게 모두 엄마의 향기와 아빠의 온기를 먹고 자라왔다. 저마다 빛깔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향기 나는 시절을 지나왔다. 그 뒤로 아린 상처 몇 개쯤은 매달려 있을 테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 나의 어린 시절이 나를 그럭저럭 괜찮은 성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니 말이다. 어느새 마흔을 앞둔 딸내미가 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아빠와 엄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웃고 애달팠던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독자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대다가도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에 놀랄지도 모른다. 이제 아빠와 엄마, 부대끼며 산 형제자매들과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앞으로는 효도하리라는 다짐까지는 몰라도 아빠,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문자메시지 한 통이라도 할 마음이 들지 모른다. 그게 바로 저자의 속내다.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는 바로 지금 아빠, 엄마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살짝 등을 떠밀어주는 책이다.
#2. 오늘도 잘 살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 덕분에!
타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딸내미 집을 급습한 아빠와 엄마. 이럴 때 딸은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눈물마저 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예고 없이 부모님이 집에 쳐들어온 날, 저자는 어리벙벙한 정도를 지나쳤다고 표현한다. 그야말로 황당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스무 살에 독립한 이후 17년 동안 부모님이 집을 방문한 적은 단 네 번. 이제 막 다섯 번째가 된 참이다. 부모님의 다섯 번째 방문이 반가움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집 앞에 도착해서야 전화를 하다니!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다음이다. 외출 중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물으니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을 거란다. 마흔을 앞둔 딸내미에게는 더 무서운 소리다. 하지만 결론은 해피앤딩이다. 갑작스레 만났지만 함께 따뜻한 밤을 보내고 즐겁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가 생긴 셈이다.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긴 줄을 대신 서주고, 수영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날까 싶어 튜브를 꼭 붙잡아주고, 재래시장에서 맛난 걸 마음껏 사 주셨던 분들의 애지중지했던 마음을 잊어버린 것일까. 엄마가 나를 키웠던 시간보다 혼자 살았던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는 지금, 엄마가 없어도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럭저럭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아빠와 엄마가 보고 싶어 울던 스무 살이 아마득한 옛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란 하나의 중요한 직업이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자식을 위해 이 직업의 적성 검사가 행해진 적은 없다.”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평론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우리는 딸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적성을 가졌는가. 가끔은 자신이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부터 딸이라는 직업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환갑에 멋진 유튜버가 된 엄마, 작은 배를 한 척 갖고 싶다는 아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면 될 것이다.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는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 가끔 내가 지냈던 울타리 안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저자는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쓰며 많이도 울었지만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독자들도 똑같이 행복한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저자 소개
이혜미
어릴 적부터 효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때때로 사고도 크게 치고, 여러 번 부모님 뒷목을 잡게 했지만 효녀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중입니다. 시골에서 개 다섯 마리를 키우며 낮엔 회사를 운영하고 아침과 저녁엔 글을 쓰며 삽니다. 지은 책으로는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가 있습니다. 장편소설 『강호에 비파소리』로 2022 무예소설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시는 부모님 덕에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 아빠, 엄마와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애틋한 시간이 되기를
1장.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흙수저를 물려준 부모는 없다
그때 못한 사과, 지금 해도 될까요?
이제 어른이 되기로 했다
내 삶의 유일한 멘토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아빠의 무모한 도전
첫째의 억울함 VS 둘째의 고충
우리는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다
커피 한 잔의 여유
국밥 한 그릇
3천만 원 모았니?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까
맞아요, 우리 아빠는 자상해요!
어느 날 예고 없이 부모님이 집에 쳐들어왔다
궂은날이 좋아진 이유
내게는 평생 지켜야 할 사랑이 있다
2장.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발견했어
우리 딸, 하고 싶은 거 다 해
금수저가 부러우면 내가 금이 되자
엄마가 없어도 괜찮은 인간이 되었다
쑥떡 먹는 인증샷 속에 감춰진 비밀
우리는 맨날 반대하지만 지지하는 사이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외할머니가 빌려준 쌈짓돈
답장은 신속하게, 애정까지 담아야 제맛
요리를 못해도 괜찮아
인생도 길고 예술도 길다
아빠도 무거운 것을 들면 팔이 아프다
유튜버가 된 순이 씨
하고 싶은 것은 왜 그리 많았을까
로또에 당첨되면 좋았을 텐데요
예순 살의 첫 호캉스
3장. 함께한 추억, 함께 나눌 끝없는 이야기
아빠는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아빠도 아들 있는 집이 부러웠을까?
꿈과 희망의 부곡하와이
옛집이 허물어진다
내 뒤에는 수호천사가 있다
내 장르는 코미디, 그리고 해피엔딩
아빠를 트렌드세터로 인정합니다
놓친 버스가 가져다준 추억 하나
딸을 서울대 보내는 방법
미야, 혜미야, 이혜미!
통금을 지켜라, K장녀의 뒤늦은 깨달음
벚꽃 피는 계절에는 진해에 간다
중간에서 만나는 건 어때요?
다 같이 배고팠던 중국 유학시절
1960년대생들이 온다
부모님의 장례식, 어떻게 치를 건가요?
에필로그 | 우리가 부모님에게 배운 것들에 대하여
본문 중에서
나는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지만 흙수저도 아니다. 일 억만금 재산보다 더 귀한 것을 물려받았다. 그것은 바로 아빠의 피끓는 유전자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듯이 나도 유별난 점이 하나 있는데, 지치지 않는 체력과 실행력이 그것이다. 친구들이 내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살이 날 것 같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무술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손을 안 대어본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유통하고 제작했고,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거의 모든 온라인 마켓에 상품을 홍보했다. 그로 인해 온라인 창업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상품을 판매해 본 사이트가 워낙 많다 보니 도맡아 하는 과목도 여러 가지가 되었다. 취미가 돈 벌기라 할 만큼 20대 중반부터는 일에만 매진했는데 취미로 했던 에어비앤비 운영, 스톡 사진작가, 블로그 운영 등으로 쏠쏠한 수익을 얻었으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를 펴내어 또 다른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더욱 열심히 살았다.
14~15쪽
부모님에게 진 가장 큰 빚이 있다. 바로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 것이다. 아빠, 엄마의 수많은 시간과 돈은 다 나를 위해 쓰였다. 그 세월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내가 무얼 한다고 부모님의 흐른 세월을 되돌릴 수 있을까.
53쪽
부모님의 속마음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무심한 듯 딸의 결혼 여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부모님 덕에 여태 압박 없이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잘 살고 있다. 엄마는 우리가 자
라날 때부터 딸들이 어딘가의 구성원이 아닌 독립적인 개체로서 이름 석 자를 걸고 당당히 살기를 바랐고 아빠는 혼자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은 다하고 사는 딸의 모습을 보더니 언젠가부터 우리 입장을 지지해 주었다. 부모님 연배면 시집을 안 가고 있는 딸이 골칫덩어리라 여길 수도 있고 자식들이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부러울 수 있을 텐데 딸들이 시집 안 가냐는 주변의 물음에도 딸들 편을 곧잘 들어준다.
99~100쪽
“돈을 벌기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만 65세가 지나면 이 자격증도 발급받을 수 없으니 미리 자격증을 따 두고 싶은 거야.”
더 이상 아빠를 말릴 생각도 이유도 없었다. 아빠 생각이 내 생각과 같지 않을 것임을, 아빠의 일은 아빠가 알아서 조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내가 좀 안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125쪽
생각난 김에 엄마에게 빚졌던 답변을 하나씩 해볼까 싶다. 심지어 올해는 연초에 집에 한 번 내려갔을 뿐이다. 거의 1년간 아빠, 엄마를 못 본 것이다. 유학 시절에도 4개월에 한 번은 집
에 왔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아빠 엄마와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미뤄뒀던 ‘엄마 숙제’를 하나씩 해야겠다.
142쪽
살다 보면 많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중 우리 부모님과 같은 스승을 만난 것은 평생의 재산이 분명하다. 아빠에게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삶의 자세를, 엄마에게는 긍정적이고 밝게 사는 삶의 태도를 배웠다. 부모님은 내게 최고의 스승이다.
216쪽
나이가 들고 부모님과 크게 마찰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듯하다. 부모님도 나도 서로 고집 피우지 않고 한 발씩 양보한 것이 큰 이유겠지만 서로 자주 보지 않으니 더욱 애틋하고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이렇게 만나보면 1년 365일 한 집에서 살 부대끼고 살던 시절이 아득하다. 서로의 바뀐 모습이 나 새로운 습관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동창회를 하거나 전우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일 줄이야.
263~264쪽
추천의 글
사랑해서 이해하는 것이 최상의 행복일 테지만,
사랑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는 의지가 소중해진 시절이다.
더불어 산다는 일은 애틋하고 고단하고 위대한 여정이므로.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행복한 엄마,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한 아빠.
우리가 이분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건네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일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지지해주기.
이것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갔을
이혜미 작가의 이야기들은 저자의 추억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각양각색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때로는 쓰게 때로는 감미롭게 사랑을 곱씹게 한다.
- 김선우(시인, 소설가)
#에세이 #효도 #이혜미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 #크레파스북
지은이 이혜미
발행일 2024년 7월 22일
페이지 290쪽
분야 에세이
종이책
값 16,000원 | 판형 135*190 | ISBN 979-11-89586-76-8(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 소개
엄마의 커피 한 잔,
아빠의 국밥 한 그릇
향기롭고 든든한 온기가 나를 키웠다
#1.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
딸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효도’라는 단어 하나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건 왜일까. 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리지만 그 누구도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효도하는 방법을 딱히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효도’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것일까. 이혜미 작가의 말은 이렇다. 어릴 때는 아빠와 엄마보다 더 좋은 사람은 없고, 세상에 전부였지만 점차 자라고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 살게 되면서 세계관이 넓어졌다는 것. 바쁜 일이 많아졌고, 부모님 외에도 소중한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것. 그러는 사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서랍 속 구석자리로 밀려 들어가버린 것이다. 누구나 그렇다. 항상 나를 바라봐주니 소중함을 모르고 살고 있다는 흔한 이야기는 너나 할 것 없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였다.
집안일을 끝내고 한가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그제야 허리를 펴고 싸구려 인스턴트커피 한 잔을 즐기는 엄마, 바쁜 시간 속 순식간에 탁자 앞에 놓이는 국밥 한 그릇으로 한 끼를 때우는 아빠. 우리는 이렇게 모두 엄마의 향기와 아빠의 온기를 먹고 자라왔다. 저마다 빛깔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향기 나는 시절을 지나왔다. 그 뒤로 아린 상처 몇 개쯤은 매달려 있을 테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 나의 어린 시절이 나를 그럭저럭 괜찮은 성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니 말이다. 어느새 마흔을 앞둔 딸내미가 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아빠와 엄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웃고 애달팠던 기억들을 꺼내놓았다. 독자들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깔깔대다가도 나도 모르게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에 놀랄지도 모른다. 이제 아빠와 엄마, 부대끼며 산 형제자매들과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앞으로는 효도하리라는 다짐까지는 몰라도 아빠, 엄마에게 전화 한 통, 문자메시지 한 통이라도 할 마음이 들지 모른다. 그게 바로 저자의 속내다.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는 바로 지금 아빠, 엄마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살짝 등을 떠밀어주는 책이다.
#2. 오늘도 잘 살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 덕분에!
타지에서 홀로 살고 있는 딸내미 집을 급습한 아빠와 엄마. 이럴 때 딸은 반갑고 놀라운 마음에 눈물마저 나는 건 아닐까? 어느 날 예고 없이 부모님이 집에 쳐들어온 날, 저자는 어리벙벙한 정도를 지나쳤다고 표현한다. 그야말로 황당함 그 자체라는 것이다. 스무 살에 독립한 이후 17년 동안 부모님이 집을 방문한 적은 단 네 번. 이제 막 다섯 번째가 된 참이다. 부모님의 다섯 번째 방문이 반가움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라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집 앞에 도착해서야 전화를 하다니! 하지만 더 놀라운 건 다음이다. 외출 중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물으니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을 거란다. 마흔을 앞둔 딸내미에게는 더 무서운 소리다. 하지만 결론은 해피앤딩이다. 갑작스레 만났지만 함께 따뜻한 밤을 보내고 즐겁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가 생긴 셈이다.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긴 줄을 대신 서주고, 수영장에서는 안전사고가 날까 싶어 튜브를 꼭 붙잡아주고, 재래시장에서 맛난 걸 마음껏 사 주셨던 분들의 애지중지했던 마음을 잊어버린 것일까. 엄마가 나를 키웠던 시간보다 혼자 살았던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는 지금, 엄마가 없어도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럭저럭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아빠와 엄마가 보고 싶어 울던 스무 살이 아마득한 옛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란 하나의 중요한 직업이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자식을 위해 이 직업의 적성 검사가 행해진 적은 없다.”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평론가였던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다. 우리는 딸로서 잘 살아갈 수 있는 적성을 가졌는가. 가끔은 자신이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부터 딸이라는 직업에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환갑에 멋진 유튜버가 된 엄마, 작은 배를 한 척 갖고 싶다는 아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응원해주는 것, 그것이면 될 것이다. 『효도하며 살 수 있을까』는 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 가끔 내가 지냈던 울타리 안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저자는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쓰며 많이도 울었지만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독자들도 똑같이 행복한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저자 소개
이혜미
어릴 적부터 효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때때로 사고도 크게 치고, 여러 번 부모님 뒷목을 잡게 했지만 효녀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중입니다. 시골에서 개 다섯 마리를 키우며 낮엔 회사를 운영하고 아침과 저녁엔 글을 쓰며 삽니다. 지은 책으로는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가 있습니다. 장편소설 『강호에 비파소리』로 2022 무예소설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독려해 주시는 부모님 덕에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목차
프롤로그 | 아빠, 엄마와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애틋한 시간이 되기를
1장.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흙수저를 물려준 부모는 없다
그때 못한 사과, 지금 해도 될까요?
이제 어른이 되기로 했다
내 삶의 유일한 멘토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아빠의 무모한 도전
첫째의 억울함 VS 둘째의 고충
우리는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다
커피 한 잔의 여유
국밥 한 그릇
3천만 원 모았니?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까
맞아요, 우리 아빠는 자상해요!
어느 날 예고 없이 부모님이 집에 쳐들어왔다
궂은날이 좋아진 이유
내게는 평생 지켜야 할 사랑이 있다
2장.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발견했어
우리 딸, 하고 싶은 거 다 해
금수저가 부러우면 내가 금이 되자
엄마가 없어도 괜찮은 인간이 되었다
쑥떡 먹는 인증샷 속에 감춰진 비밀
우리는 맨날 반대하지만 지지하는 사이
엄마, 하고 싶은 거 다 해
외할머니가 빌려준 쌈짓돈
답장은 신속하게, 애정까지 담아야 제맛
요리를 못해도 괜찮아
인생도 길고 예술도 길다
아빠도 무거운 것을 들면 팔이 아프다
유튜버가 된 순이 씨
하고 싶은 것은 왜 그리 많았을까
로또에 당첨되면 좋았을 텐데요
예순 살의 첫 호캉스
3장. 함께한 추억, 함께 나눌 끝없는 이야기
아빠는 나 없으면 어떻게 살까
아빠도 아들 있는 집이 부러웠을까?
꿈과 희망의 부곡하와이
옛집이 허물어진다
내 뒤에는 수호천사가 있다
내 장르는 코미디, 그리고 해피엔딩
아빠를 트렌드세터로 인정합니다
놓친 버스가 가져다준 추억 하나
딸을 서울대 보내는 방법
미야, 혜미야, 이혜미!
통금을 지켜라, K장녀의 뒤늦은 깨달음
벚꽃 피는 계절에는 진해에 간다
중간에서 만나는 건 어때요?
다 같이 배고팠던 중국 유학시절
1960년대생들이 온다
부모님의 장례식, 어떻게 치를 건가요?
에필로그 | 우리가 부모님에게 배운 것들에 대하여
본문 중에서
나는 금수저, 은수저도 아니지만 흙수저도 아니다. 일 억만금 재산보다 더 귀한 것을 물려받았다. 그것은 바로 아빠의 피끓는 유전자이다. 사람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듯이 나도 유별난 점이 하나 있는데, 지치지 않는 체력과 실행력이 그것이다. 친구들이 내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살이 날 것 같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무술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손을 안 대어본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유통하고 제작했고, 내가 손을 댈 수 있는 거의 모든 온라인 마켓에 상품을 홍보했다. 그로 인해 온라인 창업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상품을 판매해 본 사이트가 워낙 많다 보니 도맡아 하는 과목도 여러 가지가 되었다. 취미가 돈 벌기라 할 만큼 20대 중반부터는 일에만 매진했는데 취미로 했던 에어비앤비 운영, 스톡 사진작가, 블로그 운영 등으로 쏠쏠한 수익을 얻었으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 『서른 살, 나에게도 1억이 모였다』를 펴내어 또 다른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더욱 열심히 살았다.
14~15쪽
부모님에게 진 가장 큰 빚이 있다. 바로 부모님의 청춘을 먹고 자란 것이다. 아빠, 엄마의 수많은 시간과 돈은 다 나를 위해 쓰였다. 그 세월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내가 무얼 한다고 부모님의 흐른 세월을 되돌릴 수 있을까.
53쪽
부모님의 속마음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무심한 듯 딸의 결혼 여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부모님 덕에 여태 압박 없이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잘 살고 있다. 엄마는 우리가 자
라날 때부터 딸들이 어딘가의 구성원이 아닌 독립적인 개체로서 이름 석 자를 걸고 당당히 살기를 바랐고 아빠는 혼자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은 다하고 사는 딸의 모습을 보더니 언젠가부터 우리 입장을 지지해 주었다. 부모님 연배면 시집을 안 가고 있는 딸이 골칫덩어리라 여길 수도 있고 자식들이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부러울 수 있을 텐데 딸들이 시집 안 가냐는 주변의 물음에도 딸들 편을 곧잘 들어준다.
99~100쪽
“돈을 벌기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만 65세가 지나면 이 자격증도 발급받을 수 없으니 미리 자격증을 따 두고 싶은 거야.”
더 이상 아빠를 말릴 생각도 이유도 없었다. 아빠 생각이 내 생각과 같지 않을 것임을, 아빠의 일은 아빠가 알아서 조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괜히 내가 좀 안다고 나설 일이 아니었다.
125쪽
생각난 김에 엄마에게 빚졌던 답변을 하나씩 해볼까 싶다. 심지어 올해는 연초에 집에 한 번 내려갔을 뿐이다. 거의 1년간 아빠, 엄마를 못 본 것이다. 유학 시절에도 4개월에 한 번은 집
에 왔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아빠 엄마와 오래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미뤄뒀던 ‘엄마 숙제’를 하나씩 해야겠다.
142쪽
살다 보면 많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그중 우리 부모님과 같은 스승을 만난 것은 평생의 재산이 분명하다. 아빠에게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삶의 자세를, 엄마에게는 긍정적이고 밝게 사는 삶의 태도를 배웠다. 부모님은 내게 최고의 스승이다.
216쪽
나이가 들고 부모님과 크게 마찰이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듯하다. 부모님도 나도 서로 고집 피우지 않고 한 발씩 양보한 것이 큰 이유겠지만 서로 자주 보지 않으니 더욱 애틋하고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이렇게 만나보면 1년 365일 한 집에서 살 부대끼고 살던 시절이 아득하다. 서로의 바뀐 모습이 나 새로운 습관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 동창회를 하거나 전우회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일 줄이야.
263~264쪽
추천의 글
사랑해서 이해하는 것이 최상의 행복일 테지만,
사랑하지 않더라도 이해하려는 의지가 소중해진 시절이다.
더불어 산다는 일은 애틋하고 고단하고 위대한 여정이므로.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행복한 엄마, 국밥 한 그릇으로 든든한 아빠.
우리가 이분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건네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일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가 좋아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을 인정하고 지지해주기.
이것이면 충분할지 모른다.
엄마와 아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갔을
이혜미 작가의 이야기들은 저자의 추억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각양각색의 추억을 상기시키고
때로는 쓰게 때로는 감미롭게 사랑을 곱씹게 한다.
- 김선우(시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