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

#에세이 #커피 #조엘, 아토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 #크레파스북


지은이 조엘(Joel Park), 아토(ato_season, 소형섭)

발행일 2023년 7월 31일 

페이지 288쪽 

분야 국내도서>에세이>휴먼에세이

종이책

값 15,000원 | 판형 120*190 | ISBN 979-11-89586-66-9 (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 소개

 

커피의 나라 호주에서 커피를 만드는 한국인

황금빛 해변이 펼쳐진 골드코스트에서 만난

매혹적인 사람들, 커피만큼 향기로운 이야기!

  

#1. 17년 전 골드코스트와의 우연한 인연이 ‘당신’만의 커피를 만드는 ‘낭만의 바리스타’로 만들다

 

바다와 끝이 보이지 않는 황금빛 해변이 펼쳐진 호주 골드코스트에 도착한 한국인 남자가 있다. 그는 캐나다의 밴쿠버로 가기 위해 배낭을 꾸려 여행길에 올랐지만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하는 데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 차선으로 택한 곳이 지인이 머물고 있는 호주의 골드코스트였고, 그렇게 호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하지만 골드코스트와 스쳐가는 인연은 아니었던지 그는 그 후 몇 차례 골드코스트를 찾게 되었고, 결국 한국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골드코스트에서 1년간 살아보기에 도전했다.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는 저자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낯선 땅에서 카페를 오픈하게 된 이야기부터 카페 오픈 후에는 마냥 손님을 기다리다 적자라는 큰 벽에 부딪힌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카페를 흑자로 돌려놓기까지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희망으로 묵묵히 2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2. 항상 같은 시간, 자신만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커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호주는 커피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장소 또한 항상 일정하다. 카페에 와서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항상 카페에 와서 주문을 하고, 전화로 주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항상 전화로 주문을 한 후에 커피를 사러 온다. 또한,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절대 바뀌지 않으며, 거기에 원하는 우유의 종류와 양이 있고 원하는 온도가 있다. 어제와 조금이라도 달라서는 안 된다. 선호하는 컵 또한 테이크어웨이 컵인지, 머그컵인지, 자신이 직접 들고 오는 컵인지도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이런 특징을 가리켜 호주의 바리스타는 약사와 같은 직업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정확함과 섬세함으로 손님들의 커피 레시피를 기억하고 항상 신속하고 정확하게 커피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바리스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카페의 단골손님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쉴 틈이 없어졌지만 고단함보다 성취감이 앞서는 것은 손님에 대한 진심, 그 손님의 취향을 진정으로 존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물주 프랭크도, 노숙자로 살아가는 자넷도, 온몸에 타투를 두르고 귓불에 큰 피어싱을 한 코리와 브리트니도, 홍콩 출신 사업가인 쿠이니도 그에게는 똑같은 소중한 손님이다.

『나만 알고 있는 당신의 커피』는 저자가 카페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와 음식, 무엇보다 그들이 골드코스트에 머물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이민자로 이루어진 나라 호주에 정착하게 된 그들은 아주 긴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는 커피 향기와 함께 골드코스트의 해변을 더욱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저자 소개

 

글 | Joel Park

꿈과 포부로 가득 채운 인생을 살아왔다. 덕분에 현실과 이상, 감성과 이성 사이의 간격은 유난히 깊고 컸다. 담담함은 답답함으로 발전했고 고독함은 쓰디썼다. 그럼에도 인생은 살아지고 인간은 성숙해지더라. 갈증을 달고 살아가다 만난 커피와 여행은 필연이자 운명이었다. 하루키를 동경했고 글과 늘 붙어 살았다. 남의 글을 시샘만 하다 시샘받고 싶었나 보다. 작가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이것도 운명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담담해지고 기꺼이 고독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호주 로컬 카페에서 커피를 배우고 경험하는 ‘골드코스트 한달 살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Instagram @goldcoaststay_

E-mail info.goldcoaststay@gmail.com

 

사진 | 소형섭(ato_season)

2012년에 무작정 떠난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호주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빠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했던가. 한국에서 다니던 대학도 자퇴하고 호주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호주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고 지금은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아빠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골드코스트에서 11년째 살고 있다. 누군가는 호주 골드코스트를 가장 잘 담아내는 사진작가라고 부른다.

작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아내는 아름다운 순간이 사람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평안을 가져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사진을 찍는다.


목차

 

책을 펴내며 | 커피도 사람도 매혹적인 골드코스트에 머물다


1장 골드코스트, 절망과 기회를 만나다

골드코스트, 황금 해변의 도시에 닿다

바리스타에게 새로운 시도는 금물

네 가지의 선택지, 그리고 또 다른 선택

아는 만큼 보이는 기회

커피의 나라에서 커피를 파는 한국인

커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덮친 데 엎친 격

위기 뒤에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

 

 

2장 커피를 만드는 시간, 커피를 만드는 삶

이제는 원하는 것만 해줄게요 - 소냐의 스키니 플랫화이트

50센트의 힘 - 세르지오의 피콜로

호의라는 강력한 무기 - 후안의 카푸치노

나의 가장 오래된 단골을 소개합니다 - 네이슨의 플랫화이트

잘 가요! 내 커피를 잊지 말아요 - 사이먼의 프렌치토스트

주문만 해요, 이력서는 넣어둬요 - 멜라니의 아몬드 라테

내 커피가 위로가 된다면 - 나타샤의 지밀 모카

좋은 커피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 앤드류의 소이 플랫화이트

맛있는 커피는 설탕이 필요 없다 - 조앤의 바닐라 라테

근육질에 타투를 휘감은 소중한 내 손님 - 코리와 브리트니의 아몬드 카푸치노, 그리고 소이 플랫화이트

둘째 아이도 내 단골로 만들어줘요 - 쿠이니의 카푸치노

꿀 떨어지는 노부부와 이야기하는 시간 - 로버트와 빅토리아의 더블 에스프레소, 그리고 소이 플랫화이트

제발 돌아와 줘요, 건강한 모습으로 - 브라이언의 스위트 플랫화이트


3장 커피와 함께하는 삶, 커피잔에 담긴 이야기

콜라병 대신 커피잔을 든 노숙자 - 자넷의 카푸치노

괜찮아요, 나는 배려심이 많은 걸요 - 토니와 클라우스의 스트롱 플랫화이트

제발 내 전화번호를 가져요 - 애니의 하프 스트롱 라테

환상의 섬에서 온 남자, 그가 사는 법 - 존의 아사이 스무디

너의 행복이 곧 골드코스트의 행복이야 - 이합의 피콜로

두바이에서 골드코스트 롤을 팔아볼까? - 자예드의 골드코스트 롤

다시는 외도하지 말아줘요 - 올리의 버터 밀크 프라이 치킨버거

땅끝까지 차이 라테를 전파하라 - 모모의 소이 차이 라테

얼어 죽어도 아이스로 주세요 - 팍시의 엑스트라 아이스 소이 라테

우유 탓이 아니에요, 내 실수예요 - 키트와 타이의 아몬드 바닐라 라테

당신의 로또에 행운이 깃들기를 - 피터와 애시의 더티 차이 라테

식성은 다르지만 취향은 같아요 - 에드워드와 형제들의 에그 온 토스트

바리스타지만 페인트칠도 가능해요 - 프랭크의 카푸치노

당신은 훌륭해요, 외상은 달갑지 않지만 - 케빈의 크루아상

 

에필로그 |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달을 찾아가는 시간


본문 중에서


호주인의 커피 사랑은 애정을 넘어 집착, 중독으로 보일 만큼 강하다. 이런 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기업인 스타벅스가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스타벅스는 2000년 한국 시장 다음으로 호주 시장에 진출해 공격적인 확장을 시도하며 짧은 시일 내에 87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하지만 8년 동안 1억 500만 달러(약 1,20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63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남은 10여 개의 매장과 브랜드 사용권을 편의점 회사에 팔고 쓸쓸히 퇴장했다.

스타벅스가 호주에서 맥을 못 춘 이유는 커피를 대하는 호주 사람의 감성 때문이다. 거기에 호주의 국민 커피로 불리는 플랫화이트와 호주식 마키아토는 스타벅스가 주력으로 하는 다디단 마키아토나 프라푸치노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호주 사람이 원하는 것을 스타벅스가 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모든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며 커피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장의 냄새마저도 통일시키려는 제국주의적 감성은 호주 사람에게 통하지 않았다. - 49~50쪽


호주 로컬 카페에서 단골손님은 저마다의 지분이 있다. 매일 100명의 단골손님이 와서 10달러씩 결제를 한다면 카페는 매일 1,000달러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관성 있게 카페가 유지된다면 단골손님 한 명은 가게의 1퍼센트 지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돈을 조금 더 쓴다고 해서 더 중요한 손님이 되는 건 아니다. 커피 앞에서 모두가 평등한 호주 로컬 카페에서 단골손님의 존재감은 그런 것이다. 카페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커피 마실 권리가 있다. 카페는 그 권리가 소중하게 지켜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는 것이다. - 61쪽

 

호주 카페에서 바리스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교감 능력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소냐는 매일 아침 8시쯤 카페에 나타나 물 한 컵을 따라서 같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은행 문이 열리면 출근한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스키니 플랫화이트나 음식을 주문한다. 바로 이것이 그녀가 이 카페에 원하는 것이리라. - 87쪽

 

세르지오는 처음 팁을 남기고 간 이후로 단 한 번도 3달러 50센트를 낸 적이 없다. 언제나 4달러 이상의 돈을 내게 쥐어주고 자신의 테이블로 간다. 그리고 그가 암묵적으로 주는 50센트를 팁으로 빼지 않고 커피와 함께 거스름돈으로 가지고 간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비워내고 어김없이 50센트를 테이블에 남긴다. 거스름돈을 많이 거슬러주는 날도 착오 없이 50센트를 테이블에 남기고 “차오”라고 손을 흔들면서 나간다. 나는 대가를 받고 커피 한 잔을 만드는 것인데 세르지오는 대가 외에 50센트를 더 주는 것이다. 50센트는 적은 돈이지만 커피 한 잔이 얼마나 소중한지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 95쪽

 

노숙자 중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자넷이 유일하다. 다른 노숙자들은 술병이나 2리터나 되는 콜라병을 들고 다닌다. 그녀의 행색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지만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고작 마시는 커피 정도만 알 뿐이다. 멀쩡해보이다가 어떤 날은 약에 취해 침을 흘리며 길바닥에서 잠을 자는 그녀는 아주 긴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일상을 넘어 그녀의 인생, 그들의 인생과 역사를 가로지르는 아주 긴 이야기일 것이다. - 1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