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시 걷다

#에세이 #휴먼 #이준 #그리고 다시 걷다 #크레파스북


지은이 이준

발행일 2021년 04월 08일 

페이지 284쪽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휴먼 에세이

종이책

값 14,000원 | 판형 130*200 | ISBN 979-11-89586-31-7 (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 소개

 

오늘도 멈추지 않고 내딛는 한 걸음

재난, 사고, 장애. 그 어느 것도 막을 수 없었던 움직임

 

꿈이 있다면, 멈추지 말고 다시 걸어라!

 

한 사람이 평생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세 가지 일을 다 겪고 결국 이겨낸 사람을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신기하게도 이 일을 다 겪어낸 사람은 영화 속 히어로가 아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교통안전 연구를 위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던 저자는 열차 선로에 떨어진 노인을 구하고 신문 기사에 실렸다. 그러나 돌아온 반응은 ‘매국노’ 혹은 ‘주작’설.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예민해져 가는데 설상가상으로 대지진을 만났다. 그래도 그저 연구가 좋아 공포를 딛고 학위를 마쳤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교통안전 전문가’가 되어 나라를 위한다는 꿈을 이루었더니 발생한 원인 미상의 뇌출혈. 그리고 뇌병변 장애 6급. 모든 게 멈췄고,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 같아 삶에 대한 희망도 잃어버렸다.

저자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병석에서도 물병 하나로 다른 환자와 희망을 나누고, 도무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조금씩 다시 일으켜 장애를 극복해 나갔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걸어온 그 성실함과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걷겠다는 열정으로 마침내 장애를 극복한다.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무의미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모두 충분히 수고하고 있다고. 바라는 꿈이 있다면 땀을 흘리면 되고, 중간에 길이 좀 틀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걸으면 된다고 말이다.


저자 소개

 

이준

중앙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학사, 도시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일본정부 초청 국비유학생으로 도쿄대학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선로에 떨어진 승객을 구해내 도쿄소방청과 도쿄메트로, 도쿄대학에서 감사장을 받았고 생명보험재단으로부터 ‘사회적 의인’으로 선정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교통안전 분야 연구에 매진해 전국 NGO 연합으로부터 ‘2015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 대상’을 수상하였다. 2015년 연구 도중 갑자기 찾아온 뇌출혈로 장애 판정을 받았으나, 피나는 재활을 거쳐 2년 만에 장애를 이겨내고 다시 일선에 복귀했다. 2019년 울산광역시 시장 표창과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2020년 한국교통연구원 우수논문 표창을 받았다. 이후에도 ‘국가 긴급수송로’, ‘중증외상환자 응급수송’ 등 재난 안전 분야의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목차

 

저자의 말

프롤로그

 

첫 번째 움직임│ 기억 속을 걷다

당신이 걸어온 길

후회해도 다시 한번

다시 빛이 없다

안녕 도쿄

 

두 번째 움직임│ 흔들리는 타국을 걷다

아직 낯선

일본을 기록하다

의인이 되다

제법 괜찮은 연구

일상을 침범한 재난

 

세 번째 움직임│ 연구자의 길을 걷다

나의 꿈, 나의 첫걸음

기나긴 밤의 시작

품위 있는 죽음

 

네 번째 움직임│ 그리고 다시 걷다

아직, 새벽

해가 떠오르고 있다

하얀 격리복

병원을 졸업하다

장애인이 되다

다시 비장애인으로

 

에필로그


본문 중에서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가 그러하듯 한 걸음 한 걸음 그렇게 한 글자씩 적어갔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과 삶의 방식, 사생활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겪은 많은 일과 큰 사고들, 모진 풍파와 맞서 싸워온 나를 꽁꽁 감추고 싶지 않았다.

- ‘저자의 말’ 중에서

 

나는 마음이 가는 선택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리고 거기에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더한다. 그것은 어떤 선택도 최선은 아니며, 다른 어떤 선택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가 있거나 못된 마음을 품은 선택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대부분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에 따라 과감하게 선택한다. 내 선택이 어느 방향이든 그 선택이 가장 적절한 선택이 되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땀을 흘려라’라는 가훈이 이때 내 안에서 힘을 발휘한다.

- ‘첫 번째 움직임, 기억 속을 걷다’ 중에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르신의 발걸음이 노란선에서 철로 쪽으로 휘청이더니 발을 헛디디며 플랫폼 아래로 넘어지며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시 주위를 둘러봐도 그 광경을 본 사람은 나 혼자였다. 큰일 났다. 나는 아직 일본어도 못하는 유학생 신세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가슴이 마구 뛰었다. 하지만 나는 교통안전을 전공하는 사람이라 어느 나라건 지하철 안전시설 중 비상벨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 전에 공부한 ‘방관자 효과’처럼 내가 아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돕지 않으면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중략) 그러나 생각과 달리 비상벨을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눌러 본 적도 없고, 괜히 아무것도 모르면서 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하지만, 그래도 도와야만 한다. 언제 또 기차가 올지 모르고, 지금 내가 돕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 ‘두 번째 움직임, 흔들리는 타국을 걷다’ 중에서

 

방사능 누출. 잘은 몰라도 그 무서움을 직감했던 나는 빨리 떠나고 싶었다. 망망한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잃은 배처럼 순식간에 한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이미 사람들은 마스크를 하고 거리에 나와 있었고, 나는 그냥 이곳의 모든 것, 건물이나 사람, 길거리 강아지까지 이 죽음의 저승사자처럼 보일 뿐이었다. 모든 감정은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어제와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으며, 옷깃을 스치는 모든 것들과 여기저기 나오는 일본어 방송, 간판과 글자 하나하나도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분명 변한 것은 없는데, 내 마음과 생각이 바뀌니 모든 것이 무섭게만 보였다.

- ‘두 번째 움직임, 흔들리는 타국을 걷다’ 중에서

 

솔직히 별로 살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큰일이 될 줄은 몰랐는데, 사고 이후 내 삶은 너무나 변해 버렸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환자실의 생활……. 혼자서는 불편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잠만 자다가 잠시 깨어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당장 일어나 직장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나 달라진 현실이 서글펐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대소변 처리가 안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냥 눈을 감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의미를 찾기 힘들었고, 이런 몸으로 살고 싶지도 않았다. 가족들 앞으로 해 놓은 생명보험이 있으니, 내가 조용히 사라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갈수록, 이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아갈수록, 삶의 목적이 희미해져만 갔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보다 더 우울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미래만 바라보고 살다 보니 마음껏 놀지도 못하고 뛰어보지도 못했는데, 지난날이 아깝게 느껴져 서러웠다. 나의 고민은 단 하나로 집중되었다.

‘죽고 싶다. 단, 품위 있게 죽고 싶다.’

- ‘세 번째 움직임, 연구자의 길을 걷다’ 중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리 빨리 달리기만 했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었는지, 나는 내 몸의 절반을 잃고서야 알게 되었다. ‘내 몸아 그동안 미안했어. 너는 늘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너무 나빴다. 쉬어주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일만 시켰지? 미안하다…….’

그렇게 오래 기다려 내 몸은 나에게 사과를 받아냈다.

- ‘네 번째 움직임, 그리고 다시 걷다’ 중에서

 

“선물이에요. 받으세요.”

“고마워요. 물이네요…….”

“아니에요, 저는 오늘 희망을 드리는 겁니다.”

“희망이요?”

“저는 매일 이 500밀리 생수병을 들고 걷습니다. 물론 지루하고 힘들지만, 목표를 세우지요. 병원을 한 바퀴 돌고 물을 한 모금씩 마시는 겁니다. 이 생수병을 다 마시면, 그때 휴식을 취합니다. 30개들이 한 박스를 사다 놨고, 저는 일주일 안에 이 물을 다 마실 건데요. 왜 생수병이냐면, 물은 몸에 좋고, 우리같이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물이니까요. 우린 참이슬만 먹었으니 이제는 이슬만 먹어야죠. 그리고 오늘 한 병을 형님께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넉넉하지 못해서 한 박스 선물은 못 드리지만, 이 병에 물을 담으면서 한 바퀴씩 돌고 물을 비워보세요. 다 마시고 운동을 하면, 결국 몸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날부터는 함께 병원을 돌 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나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형님을 만날 수 있었다.

- ‘네 번째 움직임, 그리고 다시 걷다’ 중에서

 

“이번 기관평가 내부 자료를 봤는데 우리 회사 센터장 중에 장애인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난 전혀 몰랐는데...

누군지 아세요?”

어떤 동료 박사님이 나에게 찾아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물론 그분이 하신 말씀 중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은

없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센터장이 되었다는 뜻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 박사님, 제가 장애인입니다. 이번에 장애 6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찾아오신 박사님은 미안하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나셨다. (중략) 싸움에서는 피아식별이 중요하다. 싸울 필요가 있는 상대와 없는 상대를 구분해 싸울 필요가 있는 적에게 에너지를 쏟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실, 장애인으로서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하는 건 외부

의 시선이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아무리 비장애인인 척해도 드러나는 장애를 감출 순 없

다. 반면 ‘실력’과 ‘노력’은 객관적으로 잘 드러나기 때문에 중요하다. 실력은 내가 장애인이든 아니든 내 노력 여

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네 번째 움직임, 그리고 다시 걷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많은 시련과 어려움 속에 오늘을 버텨가는 그대를 응원하고 위로할

평범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는 건 멋지게 포장된 말이나 겉만 화려한 성공사례가 아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에 귀가 열리고 마음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 책 『그리고 다시 걷다』에는 평범한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서울 안에서도 촌구석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나고 자라 결코 유복하지 않았다. 집주인과 용역 깡패들로 인해 살던 집에서 몇 번이고 쫓겨나더라도, 외로움과 친구를 맺을 정도로 혼자였어도, 그는 결코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마음이 가는 선택을 우선순위에 둔다. 그리고 거기에 적극적인 마음가짐을 더한다.

그것은 어떤 선택도 최선은 아니며, 다른 어떤 선택도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본문 중)


저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철로에 떨어진 노인을 구하고,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경험하고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박사과정을 마쳤다.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마음이 가는 선택을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려 했다. 저자의 역량은 바로 여기에 있다.

 

‘되돌릴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살아있고 정신이 남아있는 것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신이 기회를 주신 것이다.’ (본문 중)

 

한국에 돌아와 한국교통연구원에 입사해 역량을 펼치던 중 뇌출혈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조차 제대로 못했을 때도 그의 삶의 태도는 빛을 발했다.

좌절과 후회로 어떻게 해야 가장 품위(?) 있게 죽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화장실조차 혼자 갈 수 없는 현실이 수치스러웠고, 사소한 감정 표현 하나에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맘을 숨겨야 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숨쉬기 운동뿐이니, 숨을 꼭 참고 이대로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우정을 쌓으면서 죽는 것보다 살아있다는 게 그래도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소중히 대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절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뇌병변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전과 다른 몸, 전과 다른 주위의 시선. 그럼에도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인들에게 더욱 상냥하게 대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고 재활치료에 임한 결과 그는 다시 비장애인이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멈추지 않고 한 걸음만, 딱 오늘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걸으면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다고 말이다. 그의 노력과 걸어온 길은 우리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