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에세이#은퇴 #민현 #조금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크레파스북


지은이 민현

발행일 2021년 12월 31일 

페이지 256쪽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 에세이

종이책

값 15,000원 | 판형 135*190 | ISBN 979-11-89586-38-6 (03810)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책 소개

 

“어쩌면 당신도 꿈꿔온 일일지도 몰라.”

하루하루가 버거운 당신께 전하는 공감 에세이

 

일상에 회의감을 느끼는 우리를 위로하는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일상

 

개발자로 20년 가까이 일을 해 온 저자의 마지막 직장은 카카오다.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필요도 없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회사에 다녔지만 저자의 직장 생활은 매일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위로와 격려는 힘이 되지 않았고, 평가는 언제나 냉정했다.

 

“나의 비교 대상은 앞서 있던 동료들이었다.

그들을 앞설 수는 없었다.

평가의 온기가 나에게까지 오기엔

서 있는 자리가 너무 멀었다.

평가 결과를 볼 때마다 난 얼어붙었다.”

 

시간이 지나도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노력한 만큼 내 것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자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반성하며 능력이 따라주지 못함을 자책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기가 버거워지면서 점차 지쳐갔고, 일에 흥미를 잃었다.

 

“밑 빠진 독에 노력을 쏟아부어봤자

채워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는 걸 계속 붙들고 있어 봤자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퇴사라는 선택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저자는 사내 연애로 결혼까지 골인한 아내와 ‘함께’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아서 10년을 버티고, 이후에는 개인 연금과 퇴직 연금으로 소박하지만 궁핍하지는 않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로 계획한다. 은퇴 이후 살아갈 모습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저자는 전에 없던 행복을 느낀다.

 

“분명 앞으로 우리가 예상 못했던 어려움에

수없이 부딪히겠지만, 별걱정은 없다.

어차피 산다는 건 원래 그래 왔으니까.”

 

걷다가 보이는 풍경들에 충분히 시간을 내어주고, 전깃줄에 앉은 새 한 마리를 보고 멈춰 서는 여유로운 일상. 동네 개들한테 인사도 하고, 지나가던 길고양이와 눈싸움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가는 삶.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지금의 행복을 이야기는 하는 저자의 모습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잊어버린, 우리가 꿈꾸던 일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해준다.


저자 소개

 

민현

카카오 개발자라는 경력을 마지막으로 20년 가까이 해 오던 일을 내려놓았다. 경험하지 못한 일을 마주하면 두근거리고, 가보지 않았던 길에 들어서면 설렘을 느낀다.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새로운 두 번째 길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직은 두려움이 있지만, 늘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아내와 함께 이른 은퇴 이후의 삶을 하루하루 살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Part 01. 나의 꿈은 가정주부가 되는 거야

나의 꿈은 가정주부가 되는 거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시간이 지나도 업무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따라와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식당을 차리겠다는 꿈을 접었다

실컷 손을 잡을 수 있어서 좋았어

아내와 함께하기 위해서는

10년 후에도, 옆자리에 내가 있어?

내가 먹여 살리면 되잖아!

 

Part 02. 결혼 후, 아내가 변했다

길바닥, 아내의 프러포즈

늦은 결혼, 준비가 요란하지 않았다

신혼여행으로 오로라를 보러 갈까?

아 그랬어? 문학청년. 크크

당신, 쉬운 여자였구나!

결혼 후, 아내가 변했다

 

Part 03. 2014년부터 원했던 삶을 지금 살고 있어

돈 못 버는 10년, 집을 팔기로 했다

한 달 살기? 2년 살기는 어떨까

쌓인 연금이 있어 다행이다

이른 은퇴 준비, 부모님이란 큰 산을 넘다

24시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캐리어 하나로 이동하는 삶

2014년부터 원했던 삶을 지금 살고 있어

 

Part 04. 조금씩 아내를 닮아간다

평생 해 줄 수 있는 것만 할래

난 괜찮지 않아

조금씩 아내를 닮아간다

당신 지갑이 눈에 거슬렸어

내 주방에 여자는 없어!

그 많던 친구들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Part 05. 은퇴 이후의 삶

매일 5km 달리기 이후 몸의 변화

시간을 쌓기만 하면 된다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건드리지 않는다

버스킹 한번 해 봐야지

돈 문제는 명확해야 한다

인삼주를 담그는 이유

 

Part 06.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

낯선 동네에서 살아보기

마당 있고 볕 잘 드는 곳으로

다시, 제주살이의 시작

동네, 즐길 준비를 한다

전엔 안 그랬는데

단독주택에서 산다는 건

길은 어떻게든 이어진다

 

에필로그


본문 중에서


위에서 짓눌러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색한 웃음으로 넘겨야 했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이 버티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마지막 출근일 이후로 목요일과 금요일은 부처님 오신 날, 근로자의 날이었다. 이어지는 주말까지 4일의 연휴 동안 아내와 함께 보냈다. 하루는 처가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했고, 하루는 아내와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산을 찾았다. 주말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퇴사 후 출근을 하지 않는 첫 번째 날인 오늘은, 아내가 건강 검진이 있어서 휴가를 냈다.

“아직 퇴사 기분이 안 나. 그냥 긴 주말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라고 했더니 아내가 평소 주말과 다른 점을 찾아냈다.

“카톡이 조용하잖아.” - p.14

 

맛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잘 안다고 자부했었다. 나는 전라도 음식을 먹으면서 자랐고, 맛집 선정의 기준은 까다로웠다. 마트에서 무언가를 살 때도 신중했다. 경상도 음식을 먹으면서 자란 아내의 입맛을 한 수 아래로 여겼다. 아내는 그 맛있는 고등어구이를 비리다고 먹지 않았다. 게맛살이 맥주 안주인 취향을 얕봤다. 단종된 슬라이스 치즈는 내가 비주류의 입맛일 수 있다는 의심의 단초가 됐고, 그건 충격이었다. 비슷한 몇 번의 경험을 더 하고 난 후 깨달았다. 남들보다 맛을 잘 아는 게 아니라 그냥 별난 입맛일 뿐이었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건 위험했다. 식당을 차리겠다는 꿈을 접었다. - p.30

 

돈을 벌 다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답을 구한 건 아니야. 근데 그 새로운 밥벌이가 뭐가 되든, 아마도 지금만큼 벌지는 못할 거야. 어쩌면 그나마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난 점점 가난해질 건데, 혼자였다면 그게 걱정이 되진 않겠지만 너와 함께라는 건 다른 문제니까. 주저리주저리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데 아내가 말을 끊었다. 아니, 소리를 질러서 말이 끊겼다.

“내가 먹여 살리면 되잖아!”

깜짝이야. 아내가 그렇게 성량이 풍부한지 몰랐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런 반응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몇 개월째 나를 깔아뭉개고 있던 문제가 아내에게는 ‘그깟 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p.48

 

“나도 때려칠까?”

아내의 표정은 환했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게 이렇게나 해맑을 일인지. 나를 먹여 살리겠다고 큰소리쳐서 날 감동시키더니, 이제 와서, 심지어 난 아직 퇴사도 안 했는데 본인도 때려치우겠다는 뜻을 보였다.

“나도 요즘 들어 예전처럼 이 일이 재밌지가 않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다.”

의기소침해 있는 나를 응원하기 위해 퇴사를 ‘그깟 일’ 취급한 줄 알았는데, 실제로 아내에게 퇴사 정도의 일은 ‘그깟 일’이었다. 연애 시절, 마흔 살에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고 아내에게 가끔 얘기했었다. 그건 등대지기만큼이나 현실성이 없는, 단지 꿈일 뿐이었다.

“당신이 못 이룬 꿈을 내가 대신 이뤄 줄게.”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왜 내 꿈을 네가 이루려는 건데.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서 아내만 일하라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었다. 마침 아내의 나이가 올해 마흔이다. 큰일이다. 성실하던 아내가 나에게 물들었다. 부부가 결혼하자마자 둘 다 백수가 되려 한다. - p.85

 

살아가는 건 모든 게 다 비용이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 최대 몇 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다. 2인 가구 최저 생계비를 찾아보니 179만 원이라고 나왔다.

“179만 원 안에 부모님 용돈은 포함 안 되겠지?”

양가 부모님께 한 달에 50만 원의 용돈을 드리고 있었다. 일을 그만둔다고 드리던 용돈을 끊을 수는 없었다. 최저 생계비에 부모님 용돈 50만 원을 더하면 230만 원이었다. 거기에 예상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예비비를 포함해 한 달에 250만 원을 쓰는 거로 정했다.

“한 달에 250만 원씩 쓴다고 하면 1년이면 3천, 10년이면 3억이다.”

10년 후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55세가 된다. 물론 적은 돈이지만 수입이 생긴다. 10년 동안 우리가 아무런 밥벌이도 찾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돈은 3억이었다. 그 큰돈이 나올 만한 곳은 한 군데밖에 없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 p.89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숨이 헉헉거리고 땀범벅이 된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겨우 집으로 들어온다. 영화 속의 젊은 남자 주인공 같은 여유로움 따위는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난 현실에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꾸준함으로 만든 내 몸의 변화를 보면 뿌듯하고 대견스럽다. 은퇴를 하고 난 이후 느낀 첫 번째 긍정적인 변화이다. 꾸준히 매일 하고 있는 건 달리기뿐만이 아니다. 글을 쓰는 것도 그중의 하나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된 것도 전엔 몰랐던 즐거움이다. 매일매일의 꾸준함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로 보상을 받는다. 새로 받은 선물 상자 안에는 또 무엇이 들어있을까를 상상하는 게 즐겁고 설렌다. - p.171

 

자신과 가까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을 다시 산다면 아홉 번째 인생 즈음엔 나도 이렇게 해 볼까 하는 이야기 정도로는 여겨 준다. - p.245


출판사 리뷰


어떤 길을 선택하든 괜찮다.

 

조금 잘못된 길을 선택해도

인생에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40대 ‘조금 이른’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과정, 그리고 은퇴 이후의 소박한 일상이 이 책의 중심축이다.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직장 생활 이야기와 아내와 함께 구상한 은퇴 계획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은퇴 이후 저자는 가고 싶었던 카페를 간다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채워나간다. 그렇게 쌓이는 시간은, 하루하루 버텨낸 것만으로 만족하던 때의 시간과는 분명히 다를 거라고 기대한다. 저자는 회사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분방한 일상이 쌓이게 되면, 그 긴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다고 말한다. 길을 걷다 보이는 길고양이는 언제나 저자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거북이도 저자의 시선을 끄는 것 중의 하나이다. 가끔 아쿠아리움을 가는 이유도 거북이를 보기 위해서다. 거북이와 고양이는 언제나 저자를 끌어당긴다.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있다. 아내.

저자는 아내와 함께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때로는 스쿠버다이빙이나 승마와 같은 과감한 도전도 두렵지 않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길을 아내와 함께 걸을 것이다.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 위에서도 저자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행복을 먼저 느끼고, 과거에 포기한 것들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 형편없는 식당에 가서 끼니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달라지는 건 없는 것처럼, 조금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고 한들 인생에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포기와 버팀 사이에서 방황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40대 은퇴 부부의 리얼 라이프!

 

마땅한 재테크 방법도 모르던 부부가 함께 은퇴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퇴사를 마음먹고 나서 곧바로 ‘연금’에 눈길을 줬다.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한 번도 들여다 보지 않았던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2인 가구 최저 생계비를 계산한다. 신입사원 시절, 사회 초년생의 어리바리함을 놓치지 않은 은행 직원의 권유로 납입해오던 연금 저축도 빼놓지 않는다.

부부의 한 달 생활비는 250만 원이다. 여기에 고정으로 들어가는 돈을 제하고 나면 130만 원으로 한 달을 꾸린다. 저자와 아내의 한 달 용돈은 10만 원. 인심은 넉넉한 곳간에서나 나는 법이라고 했던가? 부부는 둘이 함께 쓰는 것들이나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은 생활비에서 제하지만, 혼자만을 위한 것에는 철저하게 생활비를 건드리지 않는다. 남기지도 않지만 한도를 초과하지도 않은 삶.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은퇴를 고민하고, 결심하고, 준비했던 모든 과정에서 행복과 설렘을 느끼고, 은퇴 이후에는 새로 찾은 취미와 여유로운 일상을 만끽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간다.

소박한 일상 사이에서도 힘겨웠던 직장 생활과 우여곡절이 많았던 연애 시절이 문득 드러나기도 하지만, 저자 특유의 담담한 어투와 재치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다. 저자의 진솔한 이른 은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